중국신화 - 주석정리1
출처:이우혁 홈피에서
*견융국犬戎國(견봉국犬封國)
- 전설에 의하면 그들은 황제黃帝의 후손이라고 한다. 황제의 현손인 농명弄明이 암수 한 쌍의 흰 개를 낳았는데 그 두 마리의 개가
결합하여 자손을 퍼뜨려 견융국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견융국 사람들은 고기를 먹었고 융선왕시戎宣王尸라고 하는 신을 모셨는데 그는 말처럼 생겼으나 머리가 없었고 온몸이 붉은 색이었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그들은 고신왕高辛王 시절에 방왕房王을 죽이는 데 공을 세웠고, 그래서 고신왕이 자신의 딸을 주어 사위로
삼은 용구龍拘 반호盤瓠의 후손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그후에 태어난 남자아이들은 모두가 개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한 괴상한 모양을 하고 있고 여자아이들은 모두가 아름다운
자태를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아가씨가 술과 요리 접시를 받쳐들고 얌전히 꿇어앉아 개의 머리를 한 자신의 남편에게 그것을 올리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이 나라에는 또 흰색에 무늬가 있는 <길량吉量>이라고 하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은 <길량吉良>이라고도 불렸다.
황금색 눈에 갈기는 불꽃처럼 붉었으며 그 말을 타면 천년은 능히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관흉국貫胸國
* 관흉국貫胸國 : 574, 방풍씨 참조, 산해경 231(232 그림)가슴에 구멍이 있어서 존귀한 이는 옷을 벗고 비천한 것들로 하여금 대나무로 가슴을 꿰어 들고
*교경국交脛國
교경국 사람들은 키가 그리 크지 않아 대개 네 척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다리가 구부러진 데다가 서로 얽혀 있어 한 번 누우면 일어나지를 못했으니, 누군가가 곁에서 부축해 주어야만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길을 걸을 때도 바로 걷지 못하고 절름거리며 걸어가 그 모습이 보기에 조지 않았는데 그들은 습관이 되었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 똑바로 길을 걷는 사람들이 오면 그것을 이상하다고 여기곤 했다.
*군자국君子國
동방에 위치한 장수국 중의 하나인데 이 나라 사람들은 모두가 수명이 매우 길었다.
그들은 가축과 들짐승을 잡아먹었으며 그 나라에서 많이 생산되는 무궁화木槿花를 쪄서 일상 식품으로 먹기로 했다.
무궁화는 관목灌木에 속하는 나무에 피는 꽃인데 붉은색과 보라색, 그리고 흰색의 여러 가지가 있었다. 고대의 시인들은 그들의 시
속에서 무궁화를 이렇게 묘사했다.
이런 시의 구절로 보아 무궁화가 무척 아름다운 꽃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꽃은 그리 오래 피어 있지는 않았으니, 새벽에 피어나면 저녁이 안 되어 시들어 버렸다.
그것은 마치 일찍 스러져 버린 소녀의 청춘과도 같았다.
군자국 사람들은 수명이 이렇게 짧은 무궁화를 먹었는데, 수명이 짧은 꽃을 먹는 그들이 장수할 수 있었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긴
했다.
그러나 그들의 장수는 어쩌면 꽃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군자로서의 품덕이나 자애로운 마음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인자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오래 살았다고 하니까.
군자국 사람들은 정말 이상했다.그들은 옷과 모자를 모두 격식에 맞추어 차여 입었고 허리에는 보검을 찼으며 모든 사람들이 각자 호랑이 두 마리를 하인으로 부렸다.
모두들 겸양의 미덕이 있었으며 조금도 서로 다투지 않았다.
호랑이 또한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처럼 온순하였다.
군자국의 거리에 가보면 사람과 호랑이가 서로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아무런 혼란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공자는 이렇게 개탄하여 말한 적이 있다.
군자국은 구이의 범위에 속했던 나라였으니 공자의 뜻은 아마도 군자국에 가서 자신의 도를 펼쳐 보고 싶어했다.
*귀국鬼國(일목국一目國)
이 나라 사람들은 눈이 하나뿐이었는데 얼굴의 한복판에 눈이 달려 있었다.
그들은 위威라는 성을 갖고 있었는데 소호小昊의 후손들이었다고 한다.
생김새가 고약한 데다가 성도 위威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나라를 귀국鬼國이라고 잘못 부르곤 했다.
그러나 사실 이 귀국 근처에는 온갖 요괴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주곤 했다고 한다.
*금천씨金天氏(소호小昊, 원신員神, 궁상씨窮桑氏)
그의 어머니 황아皇娥는 본래 천상의 선녀로서 하늘나라 궁전에서 부지런히 옷감을 짜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때로 깊은 밤까지도 옷감 짜는 일을 했는데, 일하기가 피곤하면 뗏목을 타고 은하수에 가서 놀다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
서쪽 바닷가에 있는 궁상窮桑 나무 아래에까지 가곤 하였다.
궁상이라는 것은 높이가 만 길이나 되는 큰 뽕나무인데, 이파리는 단풍잎처럼 붉고 열매는 크고 탐스러웠으며 보랏빛으로 투명하게
빛났는데 일만 년에 한 번씩 열매가 열렸다.
그 열매를 먹으면 천지의 수명보다도 더 오래 살 수 있었다고 한다.
황아는 바로 이 뽕나무 밑에 와서 노는 것을 좋아하였다. 그때 세속을 떠난 듯한 분위기의 수려한 용모를 지닌 한 소년이 나타났다.
그는 스스로를 백제白帝의 아들이라 칭하였는데 - 사실 그는 새벽에 동쪽 하늘에서 빛나는 계명성啓明星, 즉 금성이었다.
- 하늘에서 그 물가로 내려와 거문고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황아와 즐겁게 놀았다.
그들은 점차 마음이 통하여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너무 즐겁게 노느라 집에 돌아가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소년은 황아가 은하에서부터 타고 온 뗏목에 뛰어올라 노를 저어 달빛 일렁이는 바다를 함께 떠돌았다.
그들은 계수나무 가지로 배의 돛을 만들었다.
그리고 향기로운 풀을 계수나무 끝에 매어 깃발로 삼았으며 옥뻐꾸기 한 마리를 새겨 돛 끝에 달아 바람의 방향을 알아내었다.
왜냐하면 뻐꾸기는 사시사철의 풍향을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훗날 돛이나 지붕 위에 <상풍오相風烏>라는 새의 모양을 달아 놓는 풍습은 바로 그 옥뻐꾸기가 전해져 내려오며 변한 것이다.
두 사람은 어깨를 맞대고 뗏목 위에 앉아 오동나무로 만든 거문고를 뜯었다.
황아는 거문고에 기대앉아 노래를 불렀는데 황아가 다 부르고 나면 소년이 불러 그녀의 노래에 화답하였다.
그렇게 서로 번갈아 노래를 부르니 즐겁기 그지없었다.
그 후 황아가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그가 바로 소호, 즉 궁상씨窮桑氏였으니, 그는 두 사람의 애정의 결정이었던 것이다.
신의 아들인 소호는 자란 뒤에 동쪽 바다밖에 나를 세웠는데, 그곳은 소호지국少昊之國이라 불렸다. 그 위치는 대략 귀허가 는 곳,
득 다섯 개의 신산이 있는 바로 그곳이다.
그가 세운 나라가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은 그의 신화와 각료들이 모두 가지각색의 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소호의 나라는 곧 새들의 왕국이었다.
소호가 동방에 나를 세우고 나서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그는 서방에 있는 그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돌아갈 즈음에 그는 새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한 중重이라는 아들을 동방 천제 복희의 신하로 남겨 두었는데 그가 바로 나무의 신
구망이었다. 그리고 소호는 <해該>라고 하는 또 다른 아들을 그의 신하 금신金神 욕수 收로 삼아 함께 서방으로 가서 천제가 되어
서방 1만2천 리를 다스렸다.
*끽구 : 286
황제1.HWP의 「적수 일화」 참조.
* 뇌공雷公
* 뇌공雷公 : 163~169
......금방이라도 큰비가 내릴 것만 같았다.
구름은 짙게 드리워져 있었고 바람은 거세며 천둥소리가 우릉우릉 하늘에서 울리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모두 놀랐지만 사람들은 바깥에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평소와 다름없이 집밖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여름이면 늘 이런 소낙비가 내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그때 한 남자가 역시 밖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시냇물에서 걷어다가 말려 두었던 푸른 이끼를 나무껍질로 만들어진 지붕 위에 깔았다.
이렇게 하면 큰비가 내려도 지붕이 새는 것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가 지붕 위에 이끼를 덮는 동안 아직 열 살 정도밖에 되지 않은 그의 아들과 딸은 천진 난만하게 집 바깥에서 놀며 아빠가 일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남자는 지붕에 이끼 까는 일을 끝내고 내려와 아이들을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갑자기 큰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아버지와 자식들은 창문을 꼭 닫고 따뜻한 집안에서 가정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다.
비는 점점 더 쏟아져 내리고 바람은 거세게 몰아쳤으며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는 더욱 맹렬해져 갔다.
마치 하늘의 뇌공雷公이 노하여 인간 세상에 자신의 위세를 떨쳐 보려는 듯, 인간에게 큰 재해를 내리려는 듯 했다.
이때 집안에 있던 사내는 큰 재앙이 곧 닥치라는 것을 예감이나 한 듯이 미리 만들어 놓았던 쇠철장으로 된 둥우리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처마 밑에 놓고는 둥우리를 열어 놓고 호랑이를 잡을 때 쓰는 쇠스랑을 손에 들고서 용감하게 그곳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의 먹구름은 점점 짙어지고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는 연이어 들려 오는데, 처마 밑에 서 있는 그 용사는 매우 침착했고 또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번개가 치고 이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큰 우뢰소리가 들려 왔다.
곧이어 푸른 얼굴의 뇌공이 손에 토끼를 들고 재빠르게 지붕 위에서 날아 내려왔다.
그의 등뒤에 달린 날개는 흔들거리고 눈에서는 사납게 빛나는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처마 밑의 용사는 뇌공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얼른 호랑이 잡는 쇠스랑을 휘둘러서 단번에 뇌공의 허리를 찔러 그를 쇠둥우리 속에
넣어서는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남자는 쇠우리 속의 뇌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뇌공은 상심하여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 말도 못했다.
사내는 그의 아들에게 뇌공을 지키고 있으라고 했다.
처음에 아이들은 기이하게 생긴 푸른 얼굴의 뇌공을 보고 매우 놀랐으나 조금 지나자 익숙해져서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사내는 뇌공을 죽여 젓갈을 담가 반찬으로 만들려고 시내에 향료를 사러 갔다.
집을 나서면서 그는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사내가 떠나자, 뇌공은 쇠우리 속에서 거짓으로 신음하는 척하며 고통스런 모습을 지어 보였다.
아이들이 달려와 그에게 왜 신음하느냐고 물었다. 뇌공이 말했다.
「그렇다면 부엌에서 솥 닦는 솔이라도 좀 가져와서 몇 방울만이라도 좀 주렴, 목말라서 정말 죽겠구나」
뇌공은 말을 끝내고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가 좀 어린 계집아이가 뇌공이 이렇게 괴로워하는걸 보고는 연민의 감정이 일어났다.
아빠가 하루 낮 하루 밤을 꼬박 쇠우리 속에 가두어 두었는데 물 한 모금도 못 마시게 하다니, 정말 가엾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오빠에게 말했다.
오빠 역시 그 말을 듣고는 그까짓 물 몇 방울이 뭐 대수랴 싶어 동생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오누이는 부엌에 가서 솥 닦는 솔을 가지고 와서 물 몇 방울을 따라 내어 뇌공의 입 속에 떨어뜨려 주었다.
뇌공은 물을 마시자 너무나 기뻐하며 오누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말했다.
아이들은 당황하여 문밖으로 뛰어나왔다. 땅이 무너지는 듯한 큰 소리를 들었을 뿐인데 뇌공은 이미 쇠우리를 뚫고 집안에서
날아오르고 있었다. 뇌공은 자기 입 속에서 급히 이빨 하나를 뽑아 두 아이에게 주며 말했다.
말을 마치자마자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아이들은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향료를 사서 뇌공을 젓 담그려 했던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쇠우리가 부서지고 뇌공이 도망쳐 버린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급히 아이들을 불러 이유를 묻고 나서야 사정이 어떻게 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아빠는 굉장한 재난이 곧 닥쳐오리라는 것을 예감했다.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야단치지 않고 급히 재료를 준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여 쇠로 된 배 한 척을 만들어
재난에 대비했다.
두 아이도 뇌공이 준 이빨을 장난 삼아 땅속에 묻었다. 이빨을 심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진흙 속에서 부드러운
새싹이 솟아 나왔다.
이 새싹은 눈에 보이게 쑥쑥 자라나서 단 하루만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다.
다음날 아침 다시 가보니 그 열매는 이미 무척 커져서 엄청나게 큰 호리박이 되어 있었다.
오누이는 집으로 돌아와 톱을 가지고 가서 호리박의 뚜껑을 따 보았다.
그 호리박 속에는 놀랍게도 셀 수 없이 많은 이빨들이 빽빽하게 들어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그 이빨들을 모두 파내 버리고 호리박 속으로 기어 들어가 보았다.
그것은 두 아이가 숨기에 꼭 알맞은 크기여서, 아이들은 호리박을 조용한 곳으로 끌고 가 그곳에 숨겨 두었다.
사흘째가 되자 아빠의 쇠로 된 배도 다 만들어졌다. 바로 그때 날씨가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스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어두운 하늘에서 미친 듯이 비가 쏟아져 내렸다.
땅에는 물이 넘쳐 홍수가 나서 야생마같이 들끓는 물이 언덕을 뒤덮고 높은 산을 휘감으니, 들과 집, 숲과 마을이 모두 망망대해로
변했다.
두 아이는 급하게 호리박 속에 숨었고 아빠는 자신이 만든 쇠배 속에 숨어, 높게 넘실거리는 파도를 타고 이리저리 표류하게 되었다.
홍수는 갈수록 심해져 그 물길이 하늘까지 닿았다.
쇠배를 탄 용사는 비바람과 미친 듯한 파도 속에서 침착하게 그의 배를 조종해 하늘의 문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가 뱃머리에 선 채 그 문을 두드리자 탕탕 치는 소리가 아홉 층 하늘을 울렸다.
그는 바깥에서 지치지 않고 소리 쳤으며 주먹으로 하늘의 문을 시끄럽게 두드렸다.
문안에 있던 천신天神들은 두려워서 급히 수신水神에게 명을 내렸다.
수신이 명령대로 행하니, 순식간에 비바람이 멈추고 홍수가 끝나 갑작스레 대지에서 마른 땅이 나타나게 되었다.
홍수가 끝나 물이 빠질 때 용사가 탄 배는 높은 하늘에서부터 그대로 떨어졌는데, 쇠로 만들어진 배가 단단했기 때문에 땅에 떨어지자
그만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뇌공과 용감하게 싸웠고 또 뇌공을 잡아 가두기도 했던 이 무명의 용사는 가엾게도 그의 배와 운명을 함께 하여 역시 죽어 버렸다.
그러나 호리박 속에 숨었던 그의 두 아이는 죽지 않았는데, 그것은 호리박이 부드러워 탄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공중에서 떨어질 때 몇 번 톡톡 튀어 오르기만 했을 뿐, 다친 데는 한 군데도 없었다.
하늘까지 차 오르던 홍수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자 대지 위에 살던 인류는 모두 죽어 버리고 두 아이만 남게 되었으니 그들이 인류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것이다.
그들 둘에게는 본래 이름이 없었는데 호리박 속에서 살아남았다고 하여 이름을 <복희伏羲> 라 하게 되었다. <복희>란 <포희匏 >,
즉 <호로 盧>를 뜻한다.
그래서 남자아이는 <복희가伏羲哥>, 여자아이는 <복희매伏羲妹>라 했으니, 바로 <호리박 오빠>, <호리박 누이>라는 뜻이다.
그리하여 비록 대지에 인류가 사라져 버리기는 했으나, 이 한 쌍의 용감한 젊은이는 열심히 일하며 즐겁고 적정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만 해도 하늘과 땅의 거리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고 하늘이 문이 늘 열려 있었기 때문에, 오누이는 손에 손을 잡고
하늘사다리를 타고 하늘나라에 가서 놀곤 했다.
시간은 유수같이 흘러 어느덧 그들은 모두 어른이 되었다. 오빠는 동생과 결혼하고 싶어했으나 동생은 원하지 않았다.
동생은 늘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오빠가 자꾸 자꾸 원하니까 동생도 거절만 할 수 없어서 오빠에게 말했다.
그래서 오빠와 동생은 큰 나무를 가운데에 두고 빙빙 돌며 도망치고 쫓아가고 하게 되었다.
동생은 민첩하고 재빨라 오빠가 아무리 쫓아가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오빠는 꾀를 내었다.
동생을 쫓아가는 척하다가 갑자기 몸을 돌리니 무방비 상태에서 숨만 몰아쉬던 동생은 그만 오빠의 품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하여 둘은 결국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다.
부부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동생은 둥근 공처럼 생긴 살덩어리를 하나 낳게 되어 부부는 기이하다고 생각하며 이 살덩어리를 잘게
다져 종이로 쌌다. 이 물건을 가지고 하늘사다리를 타고 하늘나라에 가서 놀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중간쯤 올라갔을 때 갑자기 바람이 몰아쳤다.
그 바람에 종이가 찢겨 잘게 다진 살덩어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는데, 그것들이 땅에 떨어져 모두 사람이 되었다.
나뭇잎 위에 떨어진 것은 엽葉씨 성을 갖게 되었고 나무 위에 떨어진 것은 목木씨 성을 갖는 등, 살덩어리들이 떨어진 곳의 사물
이름을 성으로 삼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세상에는 인류가 다시 생겨나게 되었다.
- 뇌공이 뽑아 준 이빨이 호리박으로 변하여 살아난 남매에 의해 자손이 번식하게 된다는 이야기들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인류의
번식은 뇌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 뇌수雷獸(뇌신雷神)
뇌수는 늘 아무런 걱정도 없이 자기의 배를 두드리며 뇌택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뇌수가 배를 한번씩 두드릴 때마다 크나큰
천둥소리가 울렸다고 한다.
옛날에 복희의 어머니인 화서씨가 그의 발자국을 밟은 뒤 복희를 낳았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거니와, 뇌신은 실로 유명한 대신
大神이었다.
*대식왕국大食王國
이 나라의 어느 절벽 위에 푸른 가지에 붉은 이파리를 가진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그 나무는 많은 아이들이 생겨나 매달려 있었다.
아이들은 대개 여섯 치 정동의 길이에 머리가 나뭇가지에 붙은 채로 자라났는데 사람들을 보면 웃었고 손과 발이 모두 움직였다.
그러나 나무에서 떨어지면 곧 죽어 버렸다고 한다.
이런 소인들을 <균인>이라고 했는데 먹으면 장생불사하는 <육지肉芝>의 일종인 것 같다.
오승은의 「서유기西遊記」에서는 이런 것을 <인삼과人蔘果>라고 했다.
*대진국大秦國
남방 바다밖에 있는 조요국이라는 소인국의 근처에 있는 나라로 이 나라의 사람들은 키가 열 길이나 되었다.
조요국의 사람들은 농사를 지으며 살았는데 흉악한 백학이 날아와 그들을 잡아먹는 것을 대진국의 사람들이 도와주어 무사할 수 있었다.
*도산씨塗山氏(여교女 )
- 우가 홍수를 다스릴 때였다. 그는 곰으로 변하여 환원산 轅山을 뚫고 있었는데 그의 아내인 도산씨塗山氏가 그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부끄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여 숭고산崇高山을 향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가 도산씨를 쫓아 숭고산 기슭까지 이르렀을 때, 그녀는 갑자기 돌로 변하였고 돌로 변한 도산씨의 몸 속에서 그들의 아들인 계啓
(갈라져 열린다)가 튀어나왔다.
*도철 (치우蚩尤)
- 은.주 시대의 제기祭器들에 새겨진 그림 속의 괴이한 동물로 무섭게 생긴 머리만 있었고 몸뚱이는 없었는데 머리의 양쪽에는 한
쌍의 날개가 달려 있었다.
그 날개가 마치 한 쌍의 귀와도 흡사해 사람들은 그것을 <도철 >이라 불렀다.
도철이란 바로 끊임없이 먹는 것을 밝힌다는 뜻이다.
먹는 것을 그렇게 탐했기 때문에 최후에는 사람을 잡아먹던 그의 잘려진 목만 남게 되었던 것이다.
즉 어떤 책에 기록된 대로 <사람을 잡아먹으려다가 먹지도 못하고 자기가 먼저 재앙을 당한>꼴이었다.
실패한 치우의 종말은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 황제는 치우의 목을 잘랐으며 후대의 임금들은 상상 속의 이 머리 모양을 제기 등에 새겨 넣어 야심만만하여 분수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하려 하는 신하와 제후들이 경계로 삼게 했던 것이다.
그 짐승 머리의 양쪽에 달려 있던 귀처럼 생긴 날개는 아마도 치우의 등에 붙어 있었던 날개인 것 같은데, 치우는 바로 이 날개로
<공중을 돌아다니며> 위세를 자랑했던 것이다.
- 서남방의 황야에서 살던 모인毛人인데 머리에는 돼지 대가리를 쓰고 있었고 성품이 탐욕스럽고 못됐다.
재물을 모을 줄만 알았지 쓰는 데는 벌벌 떨었으며, 일하기를 싫어하였고 다른 사람들이 땀흘려 일한 대가 - 곡식 등을 약탈하였다.
그것들을 빼앗을 때에는 강한 자에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했으니, 모여 있는 사람들의 무리를 보면 잽싸게 숨었다가 혼자 가는
사람을 보면 그를 공격하였다고 한다.
그 모습이 물론 청동기에 그려진 도철과 좀 다르긴 했지만 성품만은 전설 속의 도철과 비슷했다.
그러므로 그 역시 역사 속의 유명한 악당 치우의 화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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