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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에 간다.
그리고 군대에 가는 남자 넷 중 하나는 논산 육군훈련소, 그 중에서도 우선 입소대대로 가게 된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한낮이 되면 입소대대 앞은 수많은 자동차와 인파로 장사진을 이룬다.
입대를 위해 평균 1,500명이 넘는 젊은이들과 그 가족들이 입대를 위해 한꺼번에 모여들기 때문이다.
장정 한 사람에 두 사람씩만 배웅을 와도 대략 5,000명이다.
작은 규모의 종합대학 정원과 맞먹는 규모다. 여기에 최근 급격히 늘어난 인기 연예인들의 입영이라도 있는 날이면 팬들까지 몰려든다.
이렇게 연무대를 찾는 입영 장정들의 수는 연간 약 12만 명이고, 이들과 함께 입영행사에 참석하거나 신병교육을 끝낸 병사들의 면회를
오는 가족들까지 합치면 연간 100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연무대를 찾는다.
연무읍 인구가 2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수다.
최근 인기 연예인들의 연무대 입소가 부쩍 늘었다.
입대 이전의 어린 나이에 큰 인기를 모은 아이돌 스타가 많아졌다는 의미이자
연예인들의 입대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다.
사진은 2010년 7월 5일에 입대한 슈퍼주니어 멤버 강인(본명 김영운)의 모습이다.
입영을 위해 입소대대를 찾은 장정들과 그 가족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상설 전시되고 있는 6ㆍ25전쟁 사진전이다.
전쟁의 참상과 우리 군의 활약상, 전쟁에 참전했던 유엔군 소속 국가들의 면면을 보여주는 400여 장의 대형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다.
군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고 국방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아직은 인식이 부족한 젊은이들은 이 사진들을 통해 앞으로 자신에게
주어질 임무가 무엇인지, 군인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우선 생각하게 된다.
군대 오기 전에 보았다면 그다지 큰 감흥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두 시간 후면 군인의 신분이 될 장정들에게 사진 속의 이야기들은 단순한 과거의 역사나 먼 나라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입영행사가 진행되는 연무회관에는 장정들이 앞으로 받게 될 훈련 내용을 안내하는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다.
아들을 군에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은 아버지들이 옛 군대 시절을 회상하며 추억에 잠기는 곳이기도 하다.
각개전투 교장이나 유격장, 사격장의 풍경들을 보며 아버지들은 아들들에게 군대에 대해 설명하고 훈련에 대해서도 일러준다.
연무회관에는 예전 생활관(막사) 모습과 현재 생활관 모습이 담긴 사진이 비교 전시되어 있다.
아버지들은 옛 추억에 잠기고 신세대 젊은이들은 어떻게 저런 시설에서 지냈을까 싶어 깜짝 놀란다.
입영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간은 오후 1시 30분경. 훈련소를 소개하는 영화가 짧게 상영되고, 군악대가 행사장에 나타나면서
사람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술렁이기 시작한다.
머리를 짧게 깎은 젊은이들은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막상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지 않을 수 없다.
제2의 탄생을 위한 젊은이들의 입영행사.
항상 부모님의 잔소리와 간섭에서 벗어나지 못해 안달하던 젊은이들이지만,
이날만은 집으로 돌아가시는 부모님을 보내는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군악대의 흥겹고 절도 있는 퍼레이드가 끝나면 입영 장정들은 부모님의 손을 놓고 연병장으로 모여든다.
학교 시절 교련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당연히 차렷이며 열중쉬어, 경례 동작 모두 서투르다.
오와 열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머리를 깎았다지만 여전히 민간인 복장을 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연병장으로 우왕좌왕 모여들 뿐이다.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든 같이 입영하는 장정들이든 모두가 낯선 사람들이다.
당연히 어색한 기운만이 장정들 사이를 바람처럼 헤집고 다닌다.
아들이 마지막으로 잡은 손을 놓고 연병장으로 나갈 때, 성급한 어머니들은 벌써부터 눈물바람이다.
“아프지 마. 아프면 아프다고 꼭 말하고.”
“집 걱정 하지 말고 건강해야 된다, 꼭.”
부모들이 걱정하는 것은 대부분 똑같다. 당부도 한 가지다. 아프면 안 된다는 것.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훈련소 생활을 마치는 것이 부모들의 유일한 걱정이자 소원이다.
하지만 정작 입영 장정들의 귀에는 부모님의 이 간절한 소망이 잘 들리지 않는다. 이제는 아플 것을 미리 걱정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아직 생기지도 않은 병을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이들의 마음속에는 이제 가족과 헤어져 홀로 적응해야 하는 군대라는 곳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뿐이다.
훈련도 두렵지만 교관이며 분대장(과거엔 조교로 불렀지만 지금은 분대장이라고 부른다)들은 또 얼마나 무서울지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은
배가된다.
장정들이 대강 모이면 이어서 본격적인 입영행사가 진행된다.
거수경례를 연습하고, 팔을 위아래로 휘두르며 어설프지만 군가도 배운다.
이런 예행연습을 통해 장정들은 군대에서 행하는 모든 의식과 절차가 얼마나 격식과 절차를 중시하는지 배우게 된다.
본격적인 입영행사가 시작되면 국민의례와 연대장의 인사말이 이어지고, 예행연습을 통해 배운 군가 <진짜 사나이>도 부른다.
이어서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안녕히 돌아가시라”는 인사가 마지막 순서다.
30분도 지나지 않아 행사가 이렇게 막바지로 치닫는 순간이 되면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손수건을 눈가에 대고 있다.
남자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나온 아가씨들의 눈자위 역시 붉어진다.
평소 근엄하고 엄숙하기만 하던 아버지들의 빨개진 눈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순간이다.
두려움으로 떨리는 입영 장정들의 눈빛과 이들을 보내는 부모들의 안타까운 눈빛이 보이지 않는 허공에서 이리저리 엉킨다.
“제 손으로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어떻게 군대생활을 할지…….”
“잘 할 것으로 믿기는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짐짓 다리에 힘을 주지만, 장정들의 발걸음은 무겁다.
아직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부모들의 발걸음은 더 무겁다.
여전히 안타깝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런 헤어짐의 고통 없이는 제2의 탄생도 없다.
경향각지에서 모여든 어머니들의 한숨과 눈물이 입소대대 연병장의 하늘을 아프게 물들인다.
처음엔 흐느끼던 소리가 점차 통곡으로 변하기도 한다.
입영하는 장정들도 군대가 처음이지만, 아들을 보내는 어머니도 처음 겪는 경험인 것이다.
당연한 일인 줄은 알지만, 여전히 철부지에 불과한 아들이 미덥지 못하고 그래서 또 걱정인 것이다.
“수혁아, 파이팅!”
“영훈아, 힘내! 아프면 안 돼!”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손수건으로 눈가가 빨개질 정도로 누르고 있으면서도 어머니들은 생활관을 향해 분주히 떠나가는 아들들의
뒤에 대고 응원의 함성을 보낸다.
울음이 섞여 갈라지고 잘들리지도 않는 외침이지만, 아들들은 누구나 수천의 목소리 가운데 자기 어머니의 목소리만은 정확히 알아듣는다.
혈육이란, 어머니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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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보다 아름다운 젊음은 없다 김환기 저/김상훈 KISH 사진 | 플래닛미디어
창설 60주년을 맞은 논산 육군훈련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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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년 동안 육군훈련소는 수많은 변화와 굴곡, 발전의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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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훈련에 대한 열의와 열정만은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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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이 열악하든 말든, 외부의 상황이 좋든 나쁘든, 육군 최고의 정병 육성을 위한 육군훈련소의 땀과 노력은 한시도 멈춘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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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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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육군훈련소의 60년 역사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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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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