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고구려보다 넓었던 고조선

우리 민족의 시원 국가는 고조선이다. 고조선에 대해 신화의 국가라고 한다. 그건 고조선을 기록한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조선은 이미 중국 사서인 관자, 산해경에 그 존재가 보이는만큼, 고조선은 신화가 아닌 실제로 존재했다고 할 수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데 있어 우리의 관심사는 바로 영토이다. 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바로 각 나라의 영토일 것이다. 현재 우리는 고구려 또는 발해가 우리 민족 최대의 강역을 이루었다고 본다. 또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고구려 혹은 발해가 우리 역사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을까? 우리 민족의 시원이라 할 수 있는 고조선의 영토는 과연 얼마나 펼쳐져 있었을까? 고조선의 영토에 대해 학계에서는 한반도 서북부와 요동반도, 요서 일부를 지배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 식민사학자들과 그 영향을 받은 제자들은 고조선의 영토를 한반도 서북부에 위치한 소국으로 보았다. 그런데 대다수의 학자들은 이런 식민사학자들이 내세운 학설을 지지하며 고조선을 한반도 서북부만 차지한 조그만 소국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렇다면 고조선은 정말 이들의 주장 대로 한반도 서북부만 차지한 소국이었을까?

 

『삼국지』「위지동이전」을 보면 “연나라가 장군 진개를 파견하여 조선의 서쪽을 침공해 2천여 리의 땅을 빼앗아 만번한(滿番汗)을 경계로 삼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만번한의 위치는 『한서』 지리지 요동군 속현(屬縣)조에 문현(文縣)과 번한현(番汗縣)이 나오는데 만번한은 여기에 기록된 문현과 번한현의 합칭(合稱)으로 이해되고 있다. 연나라에 서쪽 2천 여리를 빼앗기고도 고조선이 요동군의 속현을 연나라와의 새로운 국경으로 삼았다면 고조선의 영역은 평안남도 일대일 수가 없다. 평안도 일대를 모두 합쳐도 2천 리가 안되는데 서쪽 2천 리를 상실하고도 요동현의 속현을 국경으로 삼았다면 고조선의 영역이 대동강 유역에 국한되어 있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영토에 대해 고찰하기에 앞서 고조선의 존재를 기록한 중국 사서를 검토해 보기로 하겠다. 중국 문헌 가운데 "조선"이라는 명칭이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관자』이다. 기원전 7세기 때 사실을 기록한 관자는 춘추 시대 제나라 재상이며,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이 지은 책으로, 이 책에 조선이 실렸다는 것은 화하족(華夏族:중국인)들이 기원전 7세기경에 고조선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참고로 식민사학자들은 고조선의 건국을 기원전 4세기경으로 보는데 이 관자를 통해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알 수 있다.

 

조선의 영토는 얼마나 되었을까? 산해경에는 고조선의 위치에 대해 설명해주는 기록이 있다.

 

"조선은 열양(列陽)의 동쪽에 있는데 바다의 북쪽이며, 산의 남쪽이다. 열양은 연에 속한다"

 

"동해(東海)의 안쪽, 북해(北海)의 귀퉁이에 조선이라는 이름의 나라가 있다"

 

첫번째 기록을 통해 조선의 위치가 연나라 땅인 열양의 동쪽이며 남쪽은 바다이고 북쪽은 산에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은 바로 요서지방이다. 그리고 두 번째의 동해와 북해는 바로 서해와 발해만을 뜻한다. 과거에는 지금의 서해를 동해로 종종 표기하곤 했다.

  

고조선의 서쪽 영토는 중국과 국경을 접한 곳이다. 따라서 고조선과 중국의 경계를 찾아낸다면 고조선의 서쪽 영토는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사마천의 『사기』 「진시황본기」에는 진의 동북부 국경은 조선에 미쳤고, 요동에 이르렀다는 기록이 있다. 진시황본기는 진나라 시황제가 전국시대를 통일한 후의 상황을 기록한 것으로, 이 시기는 고조선 말기에 해당한다. 위 기록은 두 가지 사실을 전하는데, 하나는 고조선과 진나라가 국경을 접했다는 점, 다른 하나는 고조선과 진나라 사이에는 요동이 있었다는 것이다.

 

중원을 통일한 진나라는 북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았는데 바로 이 만리장성은 고대 조선의 영토가 어디까지 펼쳐져 있었는지 풀어주는 중요한 열쇠이다. 사기 흉노열전을 보면 "장성이 임조에서 시작되어 요동에 이르렀는데 만여 리이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요동의 위치인 것이다.

 

학자들은 이 요동을 현재의 요동반도로 보고 고조선과 진의 경계를 압록강 유역 혹은 한반도 북부로 보았다. 하지만 고대의 요동과 현재의 요동은 개념이 달랐다. 요동과 요서를 가르는 요하의 원래 명칭은 구려하로 이는 고구려의 강이라는 뜻이다. 구려하가 현재의 요하로 바뀐 시기는 요나라 성종 4년(1345)으로 요나라 이전 불린 요하는 현재의 요하가 아니다.

 

그렇다면 요하는 어떤 강이었을까? 『설원』 「변물조」에는 제나라 환공이 관중과 함께 지금의 중국 하북성 북부에 있던 산융을 토벌하고 고죽국을 공격하는 기사가 있는데 이들이 고죽국에 이르기 전 비이(卑耳)라는 계곡 10리 쯤 못가서 강을 건너는데 그 강이 바로 요수라고 기록되어 있다. 고죽국은 현재 중국 합구성 동북부 노룡현 지역을 뜻한다. 노룡현은 난하 하류 동부 해안에 위치했다. 그러므로 고대의 요하(요수)는 바로 난하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중국 고대 지리서인 『수경주』 「유수조」에는 제나라 환공과 관중이 고죽국을 정벌하는 내용을 기록하면서 비여현 근처의 산 위에 있는 사당의 전설을 소개하는데 그 지역의 강이 요수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춘추전국시대에 현재의 난하가 당시의 요하였음을 말해준다. 결국 고조선 당시 요동은 난하의 동쪽(현재의 요서지방)을 뜻하며 고조선의 서쪽 영역이 난하 동쪽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사기』 「진시황본기」에 고대 요동의 위치가 나타나 있는데 그것은 진나라 2세 황제 때 신하들이 시황제의 송덕비를 세우기 위해 갈석산에 다녀왔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기록에서 갈석산 지역을 요동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므로 당시 요동이 어디였느지 알기 위해서는 갈석산의 위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 갈석산은 북경에서 가까운 난하 하류 동부유역에 지금도 그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또한 『사기』 「효무본기」에는 서한의 무제가 지금의 산동성 태산에서 하늘에 봉선(封禪:천자가 하늘에 지내는 제사)이라는 제사를 올린 후 해상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여 갈석산에 이르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산동성에서 북쪽으로 항해하면 발해를 지나 현재의 요서지역에 이르는데 그 곳은 난하 하류 동부유역으로, 한무제가 도달했던 갈석산이 현재의 갈석산과 동일함을 알 수 있다.

 

고대의 요동이 지금의 난하임은 요수의 위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요수, 즉 요하는 요동과 요서를 가르는 강이다. 서한의 유안이 편찬한 회남자에는 중국 6대 강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 중 요수라는 강이 보인다. 이 요수에 대해 서한의 학자 고유는 "요수는 갈석산으로부터 나와 요동의 서남에서 바다로 들어간다"고 주를 달았다. 지금의 갈석산 근처를 흐르고 서남에서 바다쪽으로 향하는 강은 난하 밖에 없다.

 

고조선의 영토는 서쪽으로 난하와 갈석산으로 이어진 요서(고대의 요동)지방으로 난하 동쪽 만주지방이 고조선의 영토이자, 고조선의 서부 영토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고조선의 남부 영토와 북부 영토는 어디까지 였을까? 먼저 북부 영토부터 살펴보겠다. 『제왕운기』에 의하면 부여는 고조선의 영토에 속해있었다고 기록되어 잇다. 부여의 영토는 북쪽으로는 흑룡강과 어르구니하까지 였다. 따라서 고조선의 북부와 동북부 경계는 흑룡강과 어르구니하 유역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으로 남부 영토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종래에는 고조선의 남부 국경을 청천강이나 예성강으로 비정하였는데 그 중 예성강으로 보는 것이 통설오 되어 있다. 그 이유는 옛 문헌에 고조선의 남쪽, 즉 한반도 남부지방에 한(韓)이 있었다고 기록되었는데 한과 고조선을 각기 다른 나라로 보고 그 국경을 청천강 혹은 예성강으로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단군이 세 아들을 시켜 강화도에 삼랑성을 쌓게 했다는 기록은 무얼 말한까? 강화도는 예성강보다 남쪽에 있는 곳이다. 예성강이 고조선의 남부 경계라면 삼랑성의 기록은 설명할 길이 없어진다.

 

예성강이 고조선의 남부 경계라는 학계의  견해를 뒷받침해 주듯, 고조선 시대 대표적 유물인 비파형 동검이 예성강 북부에 집중적으로 출토되었다. 당시 청동무기는 지배층만 사용할 수 있는 독점물로, 동일한 성격의 청동기가 출토된 지역은 동일한 정치권으로 보고 하나의 강역으로 파악한 것이다. 그래서 예성강을 고조선의 남부경계로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고고학 자료는 발굴이 진행되면 계속 증가하고, 그 내용도 변하게 된다. 근래에는 전라남도 보성군과 경상남도 진주 등 남부해안으로부터 한반도 전 지역을 포함하여, 만주 전 지역과 북경 너머에서까지 비파형 동검이 출토되었다.

 

이것외에도 고조선의 영토를 알 수 있는 유물로 청동단추를 들 수 있다. 청동단추는 중국 심양시 정가와자 유적과 12대 영자 유적, 경북 영천 어음동과 경북 죽동리에 출토되는 유물이다. 청동단추의 의미는 신발에 달린 장식물인 동시에 전쟁터에서 적에게 위협을 주는 동시에 무기로부터 방어하는 갑옷의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파형 동검과 청동단추의 출토지를 고조선의 영역이라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고대의 영토와 현재의 영토 개념은 달랐다. 고대는 중요지역을 그 국가의 왕이 직접 통치를 하고, 그 외의 지역은 제후(諸侯:巨帥)를 두거나, 아니면 그 국가의 영향력 아래에 두었다. 그러므로, 이들 유적이 출토된 지역을 고조선의 영역이라고 보기 보다는 단군이 직접 지배하는 영역(직접 지배)과 고조선의 문화가 전파된 세력권(간접 지배)이라 봐야 한다. 참고로 제왕운기에는 고조선이 붕괴된 후 한반도와 만주에 있던 부여, 고구려, 비류, 한, 신라, 남옥저, 북옥저, 예, 맥 등 여러 나라의 통치자들은 단군의 자손이었다고 전한다. 이들이 조선을 통치한 단군의 후손들이라면 이 나라들은 고조선 시대에 속해 있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사실을 통해 고조선의 판도가(그것이 직접지배든 간접지배든) 한반도와 만주 전 지역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고조선의 남부 경계는 한반도 남부 해안선인 것이다.

 

기록과 유물을 통해 고조선의 영토가 얼마나 광활했는지 알아보았다. 고조선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넓은 영토를 보유하였다. 그 영토를 따지면 고구려, 부여보다도 넓었다. 고구려가 다물(多勿:고토회복)을 국시로 삼은 건 어쩌면 잃어버린 광활한 고조선의 옛 땅을 회복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고구려, 발해가 강력한 군대를 바탕으로 동북아시아를 호령했듯, 고조선 역시 강력한 국가였다. 고구려, 발해가 강했던 건, 바로 고조선의 후예여서가 아닐까? 공자가 지은 『논어』 「헌문편」을 보면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제나라 환공의 신하 관중이 아니었다면, 중국은 피발이 되었을 것"

 

여기서 피발은 종발이라고 하며, 고대 조선인의 상투를 튼 모양을 말한다. 중국이 피발이 되었을 것이라는 말은 어찌 해석해야 할까? 춘추시대 조선의 대대적 침공으로 중원이 조선에 의해 유린되었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선과 국경을 맞닿은 연나라... 연은 지금의 북경 부근에 자리잡아 건국한 나라로, 중국 전국시대 제와 더불어 정치와 문화가 발달했던 나라다. 그러나 연은 동쪽으로 조선과 접하고 있어, 조선의 서진 세력과 충돌을 면치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기에 따르면 연은 조선의 압박을 받아 거의 멸망의 위기에 빠질 뻔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물론 사기에는 그 대상을 호(胡)라 하지만, 그 호의 정체는 바로 조선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역사서가 부족하다. 특히 고대사를 기록한 역사서가 부족하여, 우리는 우리 고대사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고조선은 필자가 고찰한 것보다 훨씬 넓은 영토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알려지지 않은 고대는 알려지지 않은 미래와 같다. 미래를 예측하듯이 밝혀지지 않은 고대에 대해 우리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다. 필자는 고조선에 대해 공부하면서 고조선에서 하나의 가능성을 보았다. 독자적인 청동기 국가, 만주, 한반도를 연결하는 세력권, 완성된 국가체제를 갖춘 고조선을 말이다.  우리 고대사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알려지지 않은 고대에 대해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기 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참고 : 윤내현, 『고조선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

         이덕일 외,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김득황 공저, 『우리민족 우리역사』

출처 : 진실되게 살자

글쓴이 : 한겨레 원글보기

메모 :